사순절 기도문/겸향 이병한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소경과도 같은 제자들은
때가 오는지도 모른 채
잠에 빠져 있을 그 때에
자신의 때가 오고 있음을
알고 계셨던 당신께서는
떠날 것을 예감 하시고
제자들에게 필요한
말씀의 옷을 입히시며
한 사람 한 사람
사랑의 눈빛으로 만져 주시고
섬김의 도를 가르쳐 주셨던 이여
그토록 무거운 짐이
당신의 어깨에
지워지는 줄도 몰랐던 제자는
누가 더 하나님나라에서 큰 사람인지
철없는 질문으로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었습니다.
당신께서 걸어가신
한 발작 한 발작 그 자취 마다엔
사랑을 위한 수고의 땀이 배여 있었음을
어렴프시 보이는 듯하여
지금도 나를 향해
바라보시는 자비로운 그 눈빛에
눈가에는 촉촉이
이슬이 맺히곤 합니다.
당신의 그 사랑의 마음이
내게도 스며들게 하시어
어느 듯 나의 삶속에서도
당신의 사랑이
익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당신께서 드린 제사에서
나의 죽음을 보게 하시고
그 죽음의 터전 위에
당신의 생명으로 깨어나
당신의 향기를 발하는 자로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