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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인사 Re: 4대 종단 합동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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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 건너 숲 작성일 08-05-21 11:04 조회 20,14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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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뉴스] 2008.5.25일자에서 펌.

 

4대 종단 합동 기도문

 

[함께]

 

천지신명이시여. 저희는 이곳 한반도에서 불교, 원불교, 기독교라는 이름의 종교를 모시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제자들입니다. 이 땅에 사람으로 태어나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아니하고 해서는 아니 될 일에 분주하였던 저희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이라는 하늘 채찍에 정신 차리고, 뒤늦게나마 둔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지난 100일 동안 당신의 핏줄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따라 참회와 성찰의 걸음을 옮겨 오늘 이곳에 이르렀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사 굽어보시고, 이에 감히 입을 열어 몇 마디 고하오니 부디 저희 기도에 감응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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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함께 기도를 올린다. 왼쪽부터-불교 지관 스님, 개신교를 대표한 성공회 최상석 신부, 원불교 김현길 교무,

천주교 김규봉 신부. 5월24일 오후 3시 서울 종각 앞에서 열린 <국민문화한마당>에서

 

 

[불교 대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눈 먼 거북처럼,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병들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천박한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로 멍든 세파에 밀려 떠다니던 저희에게 ‘한반도 대운하건설’이라는 절박한 각성의 몽둥이를 내리시어, 황급히 눈을 뜨고 사위를 바라보며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비로소 찾게 하시니, 그 깊고 거룩한 섭리에 다만 감사,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삼라만상이 부처님의 나투심인줄 몸으로 깨치지 못하여 마침내 ‘물신의 폭력’ 앞에 만생명이 벼랑 끝에 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초래하였나이다. 저희의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참회하오니 너그러운 품으로 용서하소서. 부디 자비의 방편을 펼치시어,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시대의 미망에 지혜의 죽비로, 탐욕에 뿌리내린 개발과 성장의 허장성세가 기승을 부릴수록 가난한 이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산하가 파헤쳐져 결국은 모두가 공멸하고 말 것임을 깨우쳐주소서. 바닥없는 욕망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행복한 국민의 건강한 나라는 영원히 서지 못할 것임을 이 나라 민초들과 위정자들이 알게 하소서.

 

[원불교 대표]

 

천지, 부모, 동포, 법률, 법신불 사은이시여. 이 땅에 생명을 낳아 기르는 강물이 인간의 탐욕과 무지로 말미암아 병들어 죽어가고 있나이다.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인간의 탐욕에 짓눌려 신음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희에게 주어진 사명이, 생명의 강을 살리고 모시는 것임을 일깨워주셨으니 이제부터 그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천지의 지극히 밝고 정성되고 공정한 도의 위력으로 가피하여주소서. 생명의 강을 유린코자 하는 이들에게 연민의 정을 잃지 않게 하시고, 악령에 휩싸인 저들의 영혼을 다시금 청정한 영혼으로 정화시키는 데 조금도 주저함과 물러섬이 없도록 천지의 순리 자연하고, 천지의 광대 무량하고, 천지의 영원불멸한 도로써 저희를 호렴하소서. 천지의 길흉 없는 도로써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천지의 응용 무념한 도로써 탐욕의 세상을 무욕의 세상으로 운전하시는 은혜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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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산이고 싶다

강이고 싶다

내 조상

내 자손의 맨몸이고 싶다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 (고은의 시 <소원>)

 

 

[천주교 대표]

 

생명의 주인이시요, 만유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당신은 사람을 포함해서 하늘과 땅의 모든 조물을 사랑으로 지으셨나이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으로 인하여 오늘 당신의 창조질서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저희 탓이로소이다. 무지하고 몽매한 저희 탓이로소이다. 아버지 하느님, 어리석은 저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생명의 위기는 물질의 부족이 아니라 멈출 줄 모르는 욕심의 소산임을 알게 하소서. 생명의 위기는 다른 피조물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초래했음을 알게 하소서. 생명의 길은 소유와 집착이 아니라 비움과 내려놓음에 있음을 알게 하소서. 상생의 길은 적게 먹고, 적게 쓰고, 크게 만족하는 데에 있음을 또한 알게 하소서. 진정한 자유는 집착이 아니라 포기에 있음을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덜 빠르게, 더 느리게 가는 것이 생명의 길임을 우리 모두 받아들이게 하소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 소박한 옷차림, 조촐한 밥상, 아담한 집에 진정한 행복과 평화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하시고 그리 살아가게 하소서.

 

[개신교 대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 서로 남남인 줄 알았던 저희를 이번 기회에 부르시어 100일 동안 같은 길을 걸으며 너나나나 하나같이 모자란 구석이 많지만 그래도 서로 의지하며 채워주며 살아갈 운명의 공동체임을 체험하게 하신 주님, 당신의 오묘하신 섭리에 겸손히 무릎 꿇어 경배하나이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깃발 아래 이 땅의 강줄기를 따라서 걸어온 ‘종교인 100일 순례’는 오늘 이로써 마감합니다만, 그러나 이곳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 저희 인간들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과 손을 잡고 발을 맞추어 한반도 대자연 회생을 위한 순례의 길로 이어지게 하소서. 저희로 하여금 이번 순례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종파의 장벽을 초월하여, 병들어 신음하는 어머니 산하를 돌봐드리며, 무지와 탐욕으로 어머니를 능멸하는 자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아니하되, 저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에 눈머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소서.

 

[함께]

 

천지신명이시여, 대자대비 부처님이시여, 생명의 주인이시요 만유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아버지시여,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이시여. 저희로 하여금 욕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세간을 떠받치는, '더불어 사는 지혜'의 기둥이 되게 하소서. 간절히 비나니, 오늘 저희의 기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온전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수행과 성찰의 첫걸음이 되게 하소서. 성심으로 비나이다. 저희 기도를 부디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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