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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인사 봄날에 돌아온 생명의 강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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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 건너 숲 작성일 08-05-21 11:05 조회 19,2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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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충청호남 대운하 계획을 반대하며 이 땅의 강줄기를 따라 순례길에 나섰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을 아시겠지요. 무지막지한 개발의 탐욕에 맞서며 이 생명의 물길을 이끈 이들은 성직자들과 문인, 사상가들입니다. 우리 성공회의 주교/신부님들도 참여한 가운데 기독교(가톨릭), 불교, 원불교 등 모든 종단이 함께한 실로 장엄한 행진이었습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일반시민들과 순례단이 머무는 각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순례단이 드디어 99일 만에 한강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석달 전 쯤 김포 애기봉을 떠나 한강과 남한강, 낙동강을 거쳐 영산강과 금강을 아우른 다음, 다시 문경에서 시작하여 남한강을 따라 한강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친 것입니다. 드디어 100일을 채운 오는 24일(토)에는 오후2시 종로 보신각을 끝으로 도보순례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아래 기사는 이 소식을 알리는 [당당뉴스] 2008.5.21일치에서 퍼온 것입니다.

 

 

 

찬바람 부는 겨울에 길을 떠나 꽃피는 봄날 돌아왔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대운하 반대 생명평화순례단'이 20일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지난 2월 12일 김포 한강 하구를 떠난 지 99일 만이다. 그동안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등을 따라 걸었다.  

그 사이 얼었던 강은 몸을 풀었고, 꽃은 피고 졌고, 다시 피고 있다. 그리고 강산은 푸르게 바뀌었고, 99일 동안 이 땅을 걸었던 순례단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4대 종단 여성성직자들의 기도 "죽임의 굿판 대신 살림의 굿판을"

 

 서울에 도착한 순례단을 맞이한 건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여성 성직자들이었다. 이들 4대 종단 여성 성직자 300여 명은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실선착장 옆 잔디밭에서 순례단을 맞이했다. 그리고 각자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 함께 기도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 부처님, 성모 마리아님과 소태산 대종사님의 마음에 연하여 오늘 4대 종단의 종교 여성이 일심으로 간구하오니, 부디 이 땅에서 죽임의 굿판 대신에 신명나는 살림의 굿판이 벌어지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종교를 초월한 이들의 기도 소리는 작게 한강변으로 퍼졌다. 두 눈을 감은 원불교 성직자가 있었고, 두 손을 모은 수녀가 있었다. "나무아미타불"과 "아멘"이 동시에 나왔다.

 

 "이제 4대 종단의 종교여성들이 가부장적 개발의 망령에서 벗어나 사랑과 자비, 정의와 평화가 한 데 어우러지는 후천개벽의 새 세상을 열기로 결단하오니, 모쪼록 이 믿음의 싹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우리를 지키고 돌보아 주십시오. 받들어 비옵나니, 당신의 뜻이 이뤄지이다. 나무아미타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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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2월 전국 국토순례에 나섰던 종교인 생명평화 순례단이 20일 서울에 돌아왔다. 

 

 

공동 기도회에 앞서 각 종단의 대표자들은 짧은 '말씀'을 순례단에게 전했다.  

김인경 원불교 교무는 "이 강산은 우리들만의 국토가 아니라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국토이고, 강은 우리의 젖줄이고 생명의 근원이다"며 "순례단의 99일 발자취가 상생과 화합 그리고 모든 생명이 더불어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결실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유근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양성평등위원장은 "현 정권이 국민의 마음과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큰 재앙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교의 도연스님은 "강을 살리는 일은 나와 너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기 위한 거룩한 행위"라고 짧게 말했다.  

 오순복 마리아 수녀(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무국장)는 "뒤엎는 발상을 개인도 아닌 국가가 하고 있다"며 "그것도 하느님을 믿는 분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런 4대 종단 여성 성직자들의 격려와 지지 발언에 순례단장을 맡고 있는 이필완 목사 "무지하게 아름답다, 대단히 아름답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목사는 "99일 동안 기도를 하며 걸었다"며 "하지만 운하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이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다소 맥이 풀린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생명평화순례단 오는 24일 대장정 마무리 

 

이어 이 목사는 "(운하 반대운동은) 돌 들고 싸우는 일이 아닌 종교인들이 책임지고 앞장서서 풀어가야 할 일"이라며 "더 부지런히 겸허하게 나아가며 기도를 하자"고 밝혔다.  

또 이날 현장에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이미경 의원, 조승수 전 의원 등도 찾아와 순례단을 격려했다.  

손학규 대표는 "오늘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제 운하를 접으라'고 말했더니 '이제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 말이 '이제 운하를 안 하겠다'는 말인지 '내 마음대로 계속 하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순례단에게 전했다. 

 이어 손 대표는 "그동안 함께 걷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이번 운하 반대운동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가 한 단계 품격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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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0일, 크고 너른 한강 줄기따라 행진하는 생명평화 순례단.  

 

 

 짧은 기도회를 마친 순례단과 4대 종단 여성 성직자들은 한강을 따라 동호대교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일렬로 걸은 이들의 행렬 길이는 약 1㎞에 달했다. 한강변에서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를 하던 많은 시민들은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순례단은 오는 24일 서울 잠수교에서 보신각까지 걷는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 대행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008.05.20 22:10 ⓒ 2008 OhmyNews 사진/ 오마이뉴스의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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