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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 8,9면] 오아시스 그리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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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4-22 13:10 조회 8,7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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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그리고 카페

오목눈 (카페 그레이스 탈북여성 바리스타)

제가 한국에 입국한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사회에 정착하기위해 여러 가지 직업훈련도 받아왔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지면서 앞날이 한없이 걱정되기만 하였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취업이 정말 난관이었습니다. 훈련수료 후 40일이 지났지만 그때까지도 취업을 하지 못해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선배님으로부터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한성공회 GFS라는 단체에서 탈북여성들의 취업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카페 그레이스라는 커피점을 내고 탈북여성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 그동안 다른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았는지...... 제발 아니었으면......하고 기도도 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사람을 뽑고 있는 중이라 제가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 10월 6일부터 새로운 일터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커피 만드는 일도 저의 취향에 맞았고 본부장님을 비롯하여 운영위원님들이 너무나도 친 혈육처럼 친절하게 저를 대해주시니 정말 저는 복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속다짐도 하였구요. 하지만 모든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커피문화를 모르고 살아왔던지라 커피도 낯설었지만 커피이름도 생소하여서 익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내가 카페의 주인으로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만들어 드리려면 하루빨리 정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집에 가서도 복습도 했습니다. 한번은 ‘아메리카노’를 ‘어메리카노’로 발음해서 손님이 보지 않게 돌아서서 웃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외래어 사용이 많은 관계로 미처 알아듣지 못하여 주춤한 때도 있었구요. 북한 말투 때문에 손님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이 대화하다보니 가끔은 “중국에서 왔어요?”하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엔가는 손님이 2천원짜리 커피를 주문했는데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드리면서보니 2천5백원으로 찍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저... 카드 좀 주세요. 잘못 찍혔네요.”하고 여자 분에게서 카드를 받아 쥐고 다시 수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같이 온 남자분이 저보고 뭐라고 하는 거예요. “여기가 교회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순간 저는 그 손님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살짝 눈총을 쏴주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지, 내가 잘했다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예요. 전 화가 나서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때 함께 일하는 세라씨가 저의 말투가 상대방에게 좋지 않게 들렸을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결국은 이북의 투박한 말투 때문에 손님이 오해를 하신 거죠. 아직도 배워 가야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렇게 실수도 해가면서 배우기도하면서 일하다보니 6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도 많았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탈북여성들을 귀하게 여기시고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저에게 있어서 카페 그레이스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물론 이곳이 아니면 다른 일자리도 찾았겠지만 지금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도 재밌고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하는 일인 것 같아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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