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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방 60년대식 인물들의 돋을새김-김수현의 <사랑과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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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 건너 숲 작성일 06-03-24 17:36 조회 16,1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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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SBS TV에선 주말마다 <사랑과 야망>을 방영한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보다 말다하지만 볼때 만큼은 재미에 빠져들곤 한다. 우선 옛날 것과 비교해가며 즐기는 재미부터 쏠쏠하다.

잘 알다시피 이 드라마는 김수현의 80년대 중반 작품을 다시 만든 것이다.
김수현이 누구인가? 한때는 그가 손 대는 연속극마다 하도 잘 나가서 "마이다스의 손"이라느니,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방송작가이다. 나도 그 '빛나는 왕년'에 이 드라마에 흠뻑 빠져봤던 한 사람인데 다시 만든 드라마도 썩 괜찮다. 한층 더 잘 꾸민 무대라든가 적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라든가. 여기에 과거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의 첨단의 촬영기법까지 가세한다. 

어쨌든 볼거리의 요소를 간추린다면 두 서너 가지쯤 된다. 첫째 이야기 구성이 무척 탄탄하다. 이를 바탕으로 김수현식 감칠 맛 나는 대사가 비수처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주인공은 물론 여러 인물들이 내장한 마음의 무늬들이 행간마다 새겨진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옛날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면서도 조금 눈에 거슬리는 역할은 둘째 아들 태수. 옛날 이덕화가 분한 이 역할을 이훈이 맡았는데 뭐 크게 흠잡을 덴 없다. 다만 눈에 이글거리는 분노에서 뒤처진다고 할까. 천성적으로(?) 반항기가 번쩍거리는 이덕화의 눈매와 비교해서 특히 그러하다.

 

이점에서 이훈은 억울하겠지만 절절한 표정의 언어를 갉아먹고 들어가니 낸들 어쩌랴. 한편 내게 가장 흥미 있는 인물을 고르라면 어머니(정애리)와 매니저(이승연)이다. 그들을 볼때마다 어쩌면 저렇게 속이 깊은 여성들이 있을까 하고 감탄한다. 한 사람은 과부가 된 무서운 엄마이고 또 한 사람은 이와 대칭점에 섰다 할 이른바 커리어 우먼이다. 그런데 두 여성 다 똑소리 나게 경우 바르고 머리 좋고 아아~사려 깊어 남의 콧마루를 찡하게 만드나니.

반추해보는 것만으로도 옛날은 우리에게 여러 효과를 주나 보다. 우선 지지리 궁상 떨어야 하는 일상이 눈에 잡힌다. 부엌에서건 안방에서건 가난의 옥죄임은 사정을 두지 않는다. 또한 뒷문을 나서면 여지없이 맞부딪쳐야 하는 고만 고만하게 궁핍한 이웃들. 그곳에서 끈끈한 공동체적 그물은 늘 작동했다. 하지만 까딱 잘못하다간 머리끄뎅이 잡고 싸워야 하는 이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삶의 터전들은 정겨워 보인다. 그리고 눈물겹다. 사진관, 전당포, 미장원, 자전거포, 지물포, 방앗간을 뒤로 비교적 부유한 아무개 병원과 양조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1960년대...

이건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 우리네 작은 도시의 정직한 그림이다. 이를 배경으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술주정뱅이인데다 비타협적인 아버지의 존재. 삶의 온갖 굴절을 간직한 채 한을 켜켜이 간직한 억척스런 어머니. 다리 저는 어여쁜 누이. 왜 옛날은 몸 성치 않은 사람들이 그리도 많았을까. 왜 옛날 남자들은 대다수 술꾼 아니면 노름꾼이었을까. '개인'이 맘껏 숨쉴 공간은 어디에 있었을까. 게다가 젊은이들이라면 어떠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젊은이들은 어디에서나 꿈을 꾼다. 짜잔~ 사랑과 야망을.

그런데 이 드라마의 시청율이 별로 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긴다. 아마 20-30대층들이 외면해서 그럴 것이다. 하기야 10대 후반의 우리 조카놈들도 안 보니까. 아무래도 젊은이들의 문화적 감수성부터 따져봐야 할까보다. 사정이 그렇다면 김수현식 '약발'이 줄창 먹혀들 리도 없을 게다. 누구인들 꿀꿀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싶겠는가. 헌데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이른바 그 '현실'과 관련한다. 어떤 현실인가?

요컨대 사랑과 야망에는 21세기 한국식(?) 환타지가 없다는 데에 눈길이 머문다. 요즘 한창 뜬다는 드라마에 빗대어 얘기해보자. '빠리에서 헤매이다가 발리의 별장에서 사랑하고 프라하에 봄이 오면 희망의 쪽지를 전하는' 환타지가 없지 않은가. 만일 그런 이유에서라면 왠지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진다.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 해도 언제나 현실과 정직하게 대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꿈도 '현실'을 딛고 꾸는 것이다. 거기에는 적어도 GDP의 숫자로만 가늠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 거기에 GDP를 크게 하는 동력이 있지 않은가 하고.

 

 

 

 

 

추기:

 

여기가 영어공부방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제목을 Kim soo-hyun's TV Drama <Love with Ambition>-The Sixties Version of the Young Ones라고 그럴듯하게 달았었죠. 근데 써내려 갈수록 문장이 '편찮아지시는듯' 해서 한글로 먼저 적었습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영역을 시도해 보겠습니다(다른 분이 하신다면 물론 대환영입니다). 어쨌든 절반은 한 셈입니다. 우리 속담에 '제목만 바로 적어도 십리를 간다'고 했으니까요^^.

 

다음에 올리는 글은 제대로 된 영문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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