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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방 Re: 언어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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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 건너 숲 작성일 06-04-07 17:38 조회 15,61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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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에 달린 세 번째 꼬리말을 보고 이 글을 씁니다.

다름아닌 "Eliza"님의 꼬리말인데, 영어공부할 생각이면 "성경부터 배우자"는 의견을 올려주셨군요.

먼저 고맙습니다. 이러한 의사표시에서 우린 서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런 게 바로 소통이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엘리자베스님의 의견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고 봅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제 생각을 짤막하게 요점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영어공부방>과 관련합니다만 제일 어려운 문제는 역시 방법론이 아닌가 합니다. 이 문제는 결국 '어떻게' 배울 것이냐 라는 질문이 되겠지요. 이 말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이해하기 따위의 전통적 접근법을 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꼭 이에 한정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회원들의 수준이나 기호가 당근 고려사항이겠고 또 그보다는 매체와의 기본관계랄까 그런 점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곧 사이버 공간을 빌려서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지요. 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은 참 편리한 이기이지요. 그럼에도 현실적인 데 눈을 돌리자면 참여자들 사이에 실시간적인 상호개입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소극적인 의사표시는 제쳐놓고라도 말입니다.

 

그 다음은 '무얼 배울 것인가'라고 봅니다. 사실 이 질문에는 제법 근본적인 느낌마저 스며들어 있습니다. 정말이지 외국어 배우기에는 끝이 없는듯 합니다. 어려운 얘긴 그만 두고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방의 1번(오경화님 글)을 기억하시는지요. 여러가지 유용한 표현들이 숲을 이뤘던 글 말입니다. 혹시 그 중에 서너 개라도 지금까지 깔끔하게 기억나시는 표현이 있으신지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익숙한 표현이라도 자주 안쓰면 잊어먹을 수밖에 없지요.

 

일전에 영화배우 이영애의 대사 중 엄청 냉소적인 말이 떴었죠? 

"너나 잘하세요".  "... ...#&%$?"

여기에 가장 가까운 말은 아마 "That's none of your business"일 겁니다.

헌데 이 말 외웠다고 어디에 써먹습니까.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잖습니까(이렇게 무례할 수가!). 그렇다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적어도 외국어도 행간을 읽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요. 말을 바꾸면 외국어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거겠지요. 그리하여 이상적인 방법은 문화적 맥락에서 사유를 동반하는 공부라고 표현하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그런 '지름길'을 저는 읽기에서 찾습니다. 너무 멀고 재미 없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외국어를 왜 배울까요? 뭔가 제대로 알고 균형잡으려고 배우는 거지 폼 잡고 쏼라 쏼라 할 일이 일생 동안 몇번이나 되겠습니까. 돌이켜 보자면 지금까지 제가 몇 차례 올린 글도 실상 그런 취지에서였지요 (다행히 "프리스카"님과 "민주"님이 응원해주셔서 고마웠고요).

 

위의 내용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을 겝니다. 그냥 제 생각은 그렇다는 거니까 참고하시라는 뜻에서 적어본 겁니다. 질문하신 주제로 좁히겠습니다. 조금 멀리 돌아온듯 하군요. 성경 공부요? 좋습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다만 이렇게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회원님들 모두 참여하자고요. 그러자면 각자 분담할 경전이나 분량, 또 원문을 적고 한글 역을 병기하는 식이 될 것이냐 아니면 색다른 방법이냐 등을 정해야 할 줄 압니다. 제 제안이 어떠하신지요? 엘리자님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이것도 참고의견입니다. 저는 지지난 해 말에 영어성경을 읽기 시작해서 이듬 해 초(2005. 1)에 끝마친 적이 있습니다. 교본은 주로 88년도 개정판(오스트레일리아)을 봤고 가끔 한글판(공동번역 가톨릭용 1977년)과 그 유명한 제임즈 왕본(1611년)을 대조해가며 봤습니다. 꼭 한달 보름이 걸리더군요. 이때 제 나름의 소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감은 왜 제가 이 영어공부방에 애초부터 성경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의 일단도 됩니다.

 

-킹 제임즈 판은 읽을만 하다. 허나 '너무 오래 되어' 안 쓰는 고어가 많아 현대 영어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배우려는 이에겐 어떨까 싶다. 단어 뿐만이 아니다. 이 점은 옛날 투의 문장구조에서도 그러하다. 반면에 90년도 들어선 영어는 아무래도 경전적 장중미가 떨어진다. 따라서 70년대쯤 개정판이 좋을듯 싶다. 대표적인 일례를 들어보자.

 

주기도문의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90년도->Don't bring us into the hard testing

70년도->Lead us not into temptation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 예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성경의 경우, 번역상 '자유'는 어느 정도 주어질 수 있을까. 축자주의적 완고함을 벗어난다 해도 이 점 의문이다. 한글 공동번역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훌륭한 업적으로 알고 있다. 하면서도 의역을 원칙으로 해서인지 섬세성이 떨어지고 일종의 건너뛴 데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서의 기술방법은 본디 '무뚝뚝'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글성경은 그나마 해설 부분이 너무 빈약하다. 영어성경에 견주어 볼 때, 빈약하다기 보다 아예 없는 편에 가깝다. (글쎄... 구약 어느 편에선가는 오역도 발견했다)

 

어쨌든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전 성경공부(영어)를 찬성합니다.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경전은 아가, 지혜서, 전도서, 욥기입니다. 여러 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눠가며 아가를 영어로 읊조린다?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만 위에 적은 바와 같이 미리 생각할 점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꼭 성서신학을 공부한 분이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성서에 조예가 깊다던가.

 

꼬리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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