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 - 11면] 자원활동가 교육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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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4-22 13:44 조회 8,929회 댓글 0건본문
자원봉사 교육을 받으며~~
이춘미(안젤라)
산으로 들로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왔다. 길가에는 움이 트더니 이젠 완연한 봄으로 개나리, 벚꽃, 목련이 화알짝 만개했다. 이들 중에는 달래, 쑥, 민들레.. 봄에 나는 풀들은 다~ 약이라고들 뜯고 캐고.. 그런데 봄에 나는 풀들 중에도 잡초라고 하며 뽑혀지고 버려지는 풀들이 있더라. 나는 봐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사람들을 보고 판단한다. 저 사람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 저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고.. 세상에는 잡초같이 무시당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평등해야 한다고 우리는 끊임없이 배워왔지만 여전히 지역사회든 글로벌 사회든 평등하지 못한 것 같다. 탈북한 사람들, 한국남자와 국제 결혼한 외국여자들,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 외국인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외면당하고 고생하는 사람들… 어떤 면에서는 나도 혜택 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인 것 같은데 그런 내가 과연 누굴 도우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북한에서 온 한 여자 분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 어렵게 들어와 이제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도 생소한 환경 속에서 아직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당장은 젊으니까 이것저것 해서 먹고 살고는 있으나 점점 나이 들어 아프기라도 해서 큰돈 들어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그렇다. 비록 한사람의 이야기지만 대부분 이런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빈곤한 사람들은 아마도 공감하리라. 이렇게 우리들은 정말 불공평하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고 어차피 해결이 안 되니 어떤 면에서는 공평하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기도 한다.
GFS 우물가 본부에서 ‘탈북여성들’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이런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라도 자원봉사를 하며 여생을 보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여성에 대한 전혀 새로운 경험을 여기서 하게 되었다. “과연 여성주의가 뭔가? 우리 모두가 여성이지 남성이진 않잖아……” 여태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만 받아들였던, 문제로 제기해보지 조차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며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또 성경 속에 나오는 여성들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시는지를 공부하면서 몰랐던 많은 걸 배웠다. 우리에게 의문을 던져주고 너무나도 명쾌히 답을 주신 최영실교수님의 강의는 정말 눈물이 났다. 멸시받고 차별받은 사마리아여인을 통해 빛을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들으며 ‘성도’라는 단어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자, 우리들은 곧 ‘빚진 자’. 내 자신이 잘나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빚을 갚아나가는 삶으로, 복음 속에서 하나님의 ‘의’를 우리는 행동으로 옮겨야 함에 대해 가슴을 떨리고 울렸다.
이제 이 교육이 끝나면 나는 아마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언제 이런 교육을 받았던가? 하며 잊어버리고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잊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값없이, 아무런 대가없이 그냥 주신 사랑을 지금 당장 큰 변화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씩 조금씩 점진적으로, 티가 나지는 않아도 하나님께 빚을 졌으므로 빚진 자의 삶으로 갚아나가는 삶을 살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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